코볼트와 지하 미궁 - 교활한 마린 이야기 2부

코볼트와 지하 미궁 - 교활한 마린 이야기 2부

InBlog_HS_Togwaggle_LW_250x320.png

지난 번에 마린을 만났을 때, 우리의 용감무쌍한 영웅은 꽤나 큰 곤경에 처했습니다. 깊은 균열 위에 놓인 후들거리는 줄다리 위에서, 험상궂은 코볼트들이 그의 앞길을 막아섰지요. 설상가상으로, 기이한 마법의 기운이 피어납니다!"

음유시인이 류트로 빠르고 긴장되는 곡조를 연주하고, 떨리는 현이 위험을 노래했습니다. "코볼트 왕이 골렘을 부르자, 하수인들이 그의 말에 복종합니다. 머리 위에 얹은 거대한 노란색 양초에서 촛농을 뚝뚝 떨어뜨리며, 하수인들은 주문을 외우기 시작합니다..."

KACdivider_02_HS_EK_600x145.png

InBlog_HS_Kobold_LW_600x414.png

InBlog_HS_KoboldIllusionist_LW_250x320.png밀랍술사들이 주문을 외우는 모습을 보며, 미궁왕 토그왜글은 만족한 듯 사악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하수인들의 머리 위에 놓인 양초에서 뜨거운 촛농이 흘러내리지만, 양초는 작아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촛농이 벌레처럼 꿈틀거리며 끝도 없이 흘러내려 발 밑에 웅덩이를 형성했습니다. 그리고 마린은 그 촛농이 모여들어 자기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인간의 형체를 형성하는 모습을 점점 더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봐야 했습니다. 마침내 얼굴과 같은 형상이 나타나고, 두 눈에서는 심지에 붙은 불길이 타올랐습니다. 그 불타는 눈길이 마린에게 고정되고, 골렘은 다리를 향해 한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양초 골렘이군. 그럼 그렇지. 코볼트에게서 뭘 기대할 수 있었겠어." 마린은 중얼거렸습니다.

InBlog_HS_Waxmancer_LW_250x320.png

토그왜글은 키득거리며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너 양초 못 가져간다, 멍청한 모험가야!"

골렘의 무게가 줄다리에 실리자 낡은 밧줄이 녹슨 경첩처럼 삐걱거렸고,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골렘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며 마린은 뒤로 물러났습니다. 코볼트처럼 단순한 생물이 이런 주문을 시전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었지요! 하지만 코볼트의 영민함에 대해 감탄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습니다. 당장 이 골렘을 상대해야 했으니까요. 밀랍 괴물이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줄다리는 계속해서 삐걱거렸습니다.

계속해서 다가오는 골렘을 보며 마린은 칼을 뽑았고, 골렘이 가까이 다가오자 시험 삼아 칼을 휘둘러 봤습니다. 힘을 들이지 않아도 칼날은 따뜻한 골렘의 밀랍 몸체를 갈랐지만, 그 상처는 곧 사라져 버렸습니다. 코볼트들은 열띤 환호성을 외쳤습니다.

InBlog_HS_WaxGolem_LW_250x362.png거대한 밀랍 골렘이 커다란 손을 뻗어 마린을 붙잡으려 했지만, 마린은 쉽게 피했습니다. 골렘의 몸짓은 서툴고 느렸습니다. 하지만 지칠 줄을 몰랐습니다. 마린은 십여 차례 골렘을 베었지만 골렘은 계속해서 다가왔고, 어둠 속에서 양촛불 같은 두 눈이 환하게 빛났습니다.

아, 눈이 있었지! 그걸 보니 마린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잠시 숨을 돌리며 골렘이 다가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괴물이 다시 팔을 뻗어 그를 붙잡으려 할 때, 마린은 몸을 움츠리고 골렘의 품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다리의 반대쪽 끝에서 코볼트들은, 어리석은 모험가가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고 생각하며 큰 소리로 야유를 퍼부었습니다.

골렘이 무언가를 예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건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괴물이 멀리 뻗은 두 팔은 모험가에게 닿지 못한 채 양 옆으로 비켜갔습니다. 이렇게 가까이 접근해 보니, 부자연스러운 괴물의 온기가 느껴졌으며, 타오르는 양초 냄새가 덮쳐왔습니다. 골렘이 두 팔을 모아 그를 붙잡기 전에, 마린은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가 힘차게 불었습니다. 골렘의 눈구멍 안에 있던 촛불이 꺼지면서, 가느다란 촉수처럼 연기가 피어올랐습니다. 괴물은 깜짝 놀란 듯 뒤로 물러났습니다. 마린이 예상한 대로 두 눈이 멀자 목표가 무엇인지도 잊어버린 것만 같았습니다. 코볼트들은 실망한 듯 끙 소리를 냈습니다.

InBlog_HS_TwilightAcolyte_LW_250x362.png

마린은 그 기회를 틈타 검을 칼집에 넣고 다리의 난간을 넘었습니다. 닳아 해진 밧줄에 매달리자 심장이 발 밑으로 떨어져 내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끝을 알 수 없는 균열이 손을 뻗어 그의 장화를 붙잡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이리저리 팔을 휘두르며 손으로 사방을 더듬는 골렘의 곁을, 손가락이 밟히지 않게 조심하면서 지나갔습니다. 그는 골렘을 멀찍이 따돌린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망가진 다리 위로 올라갔습니다. 이제 코볼트들과의 거리가 멀지 않았습니다. 놈들을 바라보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그는 검을 꺼내 그 생물을 겨눴습니다. 뭔가 극적이고 위협적인 말을 해야만 했습니다!

"어... 이게 무슨 소리지?"

마린은 모골이 송연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불안하고 귀에 거슬리는 소리, 마치 수많은 입에서 동시에 흘러나오는 듯한 재잘거리는 소리가, 코볼트 뒤쪽의 동굴에서 메아리치듯 들려왔습니다. 코볼트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습니다. 잔뜩 흥분하여 밀랍 용사에 환호를 보내느라, 그들은 다른 위험이 다가오는 소리를 듣지 못했던 겁니다. "떠버리 야수!" 미궁왕 토그왜글이 헉, 하고 숨을 들이쉬고는 고민할 겨를도 없이 하수인들을 버리고 다리 위로 올라섰습니다.

InBlog_HS_FeralGibberer_LW_250x320.png코볼트들은 허둥대며 왕의 뒤를 따랐습니다. 뭔지는 몰라도 뒤쪽에서 다가오는 존재를 피해, 모험가도 떠밀어 버리고는 미친 듯이 질주했습니다. 다리의 반대쪽은 아직도 눈 먼 골렘에 막혀 있었기에, 그들은 마린의 뒤에 몸을 숨겼습니다. 더 큰 위협이 다가오자, 이전의 불편했던 관계는 모두 잊어버린 게 분명했습니다.

마린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코볼트들에게 떠밀리며 균형을 잡으려 애썼습니다. "지금 제정신이야? 이 양초를 뒤집어 쓴 멍청이들아, 이러면 안 된다고! 이 다리는 우리 무게를 견딜 수 없어!"

줄다리가 그 말에 동의했습니다. 성인 남자와 거대한 양초 괴물의 무게까지 용감하게 버텨냈고, 마린의 곡예와 같은 행동까지도 견뎌냈지만, 후들거리는 코볼트 무리가 골렘과 영웅에게 가세하니, 더는 참지 못했습니다. 밧줄이 삐걱거리며 긴 울음을 토했습니다.

"꽉 잡아!" 마린이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는 검을 떨어뜨리고 허우적거리며 뭐든 붙잡으려 했지만, 너무 늦었습니다. 골렘 아래쪽의 밧줄이 끊어져, 거대한 채찍처럼 튀어올랐습니다. 그리고 모험가와 코볼트들과 골렘은 모두 짙푸른 균열 속으로 떨어져 내렸습니다.

KACdivider_01.png

"죽지는 않았어요." 음유시인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는 청중들에게 말했습니다. "다들 걱정스러운 표정이군요. 일단 그들은 모두 살아남았습니다. 균열은 생각보다 깊지 않았고, 그 아래에는 꽤 깊은 강이 흐르고 있었거든요." 음유시인은 키득거리며 웃었습니다. "누가 이야기의 중간 지점에서 주인공을 죽이겠습니까?"

그는 검은색 강철 가마솥 위에 발을 얹었습니다. "자, 그렇다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전혀 그렇지 않아요. 이제야 일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했으니까요." 음유시인은 묘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잠깐만 쉬겠습니다. 목이 마르네요. 잠시 후면,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실 겁니다."

제 3부에서 계속됩니다.

덧글 불러오는 중...

덧글을 불러오던 중 오류가 발생했습니다.